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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스코틀랜드에서 먹고 마시자

FRAOCH, Heather Ale 5.0% Scotland, 프레이요크 헤더에일

by 헨젤과 그레텔 2020. 7. 3.

내 맥주 이야기 

 스코틀랜드에서 지내면서 특히 집에서는 보통 테넌트(Tennent’s)나 하이네켄(Heineken), 칼스버그(Carlsberg) 등을 마십니다. 저희는 장난 삼아 이 맥주들을 Cheap Beer 혹은 Shit Beer라고 하는데, 주로 대기업 생산 라거 종류죠. 음식과 함께 마시거나 속이 더울 때(?) 시원하게 꿀꺽꿀꺽 삼키기 좋습니다. (특히 매콤한 음식과...)  

 

 테넌트는 스코틀랜드 맥주, 하이네켄은 네덜란드 맥주, 칼스버그는 덴마크 맥주. 사진과 같이 그 밖의 맥주들도 저렴하게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중적인 라거들은 500ml, 568ml, 620ml, 660ml로 다양하게 팔기 때문에 가격표를 자세히 봐야 100ml 당 가격이 나옵니다. 캔맥주가 병맥주보다 싸게 팔고 1 Pint (영국 파인트 568ml) 큰 캔으로도 팔기 때문에 저는 이런 라거 종류는 병보다는 Pint 용량의 캔으로 구매하는 편입니다. (네덜란드는 영국에서 가까운 나라지만 에든버러에 양조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호주 맥주 포스터 Foster’s도 이곳에서 양조하고 있더라고요.)


 누군가는 생맥주 - 병맥주 - 캔맥주 순으로 맛을 비교하지만 저는 집 냉장고에서 갓 꺼내 바로 목구멍으로 넘기는 맥주를 그렇게 비교하고 싶지는 않네요. (그러면서도 잔에는 꼭 따라 마십니다ㅎㅎ)
사실 집에서뿐만 아니라 보통 펍에서 맥주를 마실 때도 그렇게 마십니다. 펍에서는 요리와 함께 마시지 않아 부담 없이 한잔의 차처럼 즐길 수 있는 에일 종류를 주로 마시고, 정기적으로 바뀌는 탭비어가 있다면 맛보기로 시음해본 후 마셔보는 편입니다. 몇 번 오지 않는 기회거든요. 이곳에는 곧 사라질 맛있는 맥주들이 많아서… 한 가지 맥주에 매료돼 미치도록 마시는 편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라거나 에일 모두 끝내주는 스코틀랜드 브랜드 브루독(Brewdog) 맥주를 무척 좋아하지만 이 브랜드만을 고집할 수 없잖아요. 영국에서는 독일 맥주, 체코 맥주, 벨기에 맥주를 쉽게 접할 수 있지만 그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영국 맥주를 한없이 마셔볼 수 있다는 점. 스코틀랜드에서 맥주를 마실 때마다 느끼는 행복이랄까요. 

 

 그런데도 저는 가끔 마트에서 다양한 종류의 맥주들을 보면 뭘 마셔볼까 심각하게 고민하는 편입니다. 다양하게 먹고 싶은데 아무거나 먹고 싶지는 않는 그거... 아시나요...? ㅋㅋㅋ

 

 

 

 

헤더 에일?

 그렇게 테스코에서 아내와 따로 쇼핑을 하다가 알코올 코너 맥주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저에게 온 아내가 집어준 맥주입니다.
 “너 왜 아직도 이것도 안 마셔봤어??? 헤더 몰라??? Aigoo..”

 

Fraoch   |   Heather Ale 5.0% Scotland, 프레이요크 스코틀랜드 맥주 헤더 에일   |  Willams Bros. Brewing Co.

 어떻게 읽냐고요? 한글로 표현은 안되지만 대략 “프레이요크”입니다. 게일어라 그래요… 저도 찾아보고 알아냈다는..ㅠㅠ 게일 신화의 영웅이랍니다.

(윌리암스 브로스는 에든버러와 글래스고 사이 스털링 근처에 있으며 스코틀랜드에서는 유명한 브랜드입니다. 제가 펍에서 자주 마시는 JOKER IPA 도 이 회사에서 만들어요.)

 아, 참고로 우리가 아는 스코틀랜드 축구팀 Celtic(셀틱)이 축구팀이 아닌 경우는 모두 켈틱으로 읽어야 하는데, 게일어는 켈트 문화의 한 뿌리라고 보시면 돼요. 이렇게 쓸데없는 자료 첨부.

 

 

 

4000년?

다시 프레이요크 맥주로 들어가서, 맥주 라벨을 살펴봅시다.
Heather Ale 은 처음 들어보시죠? 헤더, 여기서는 히더와 헤더 사이쯤으로 발음한답니다. 헤더는 스코틀랜드 이곳저곳에서 자라는 보라색 꽃이 피는 야생초입니다. 이 헤더를 이용해서 4000년 전부터 스코틀랜드 지방에서 맥주를 만들어 마셨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 맥주를 마시면 그 4000년 된 전통의 스코틀랜드 맥주를 마실 수 있다!?
LIGHT AMBER ALE WITH FLORAL AROMA & SPICY HERBAL FINISH 
암버라니.. 그리고 향긋한 아로마와 약간 자극적인 허브향의 마무리?

 

Heather 꽃

 

재료는 영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스웨덴어로 돼 있는 걸 보니 요 세 나라로 수출을 하고 있나 봅니다. 
물, 맥아 보리, 밀, 헤더(0.5%), 홉, 생강, 스코틀랜드 천연 허브(Bog myrtle 늪도금양?), 그리고 이스트.

4000년 동안 생산되고 있다. 가장 오래된 에일 스타일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으로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근데 현재 생산되는 맥주의 레시피는 16세기부터 전해내려온 거라고 합니다요. 찾아보니 1988년에 어떤 여성이 16세기부터 자신의 조상 대대로 전해져 온 레시피를 가지고 브루어리로 찾아오면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꽃향기, 피티 아로마, 몰트 보디, 스파이시 허브 맛…

 

 

 아로마 향이 강하게 납니다. 처음에 이런 꽃향기가 강하게 들어오는데 한 모금 빠르게 살피면 에일 향이 바로 다음에 잠깐 스쳐 지나가면서 깔끔하게 사라집니다. 
 오잉? 이게 뭐지 그리고 천천히 다시 마셔봤어요.
 맥주를 입에 약간 머물다 마셔보니 그제야 이 독특한 헤더 에일의 향을 맛볼 수 있습니다. 탄산에서 오는 것이 아닌 따꼼따꼼한 것이 조금 있네요. 무겁지 않은데 가볍고 향긋한 맛? 그렇다고 많이 달콤하지는 않습니다.

 제 점수는요... 두구두구
 맥주에 별점이 어딨습니까! 
 그냥 맛있습니다. 스코틀랜드에 오신다면 한 잔쯤은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그 “역사적인” 이야기 때문에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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