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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스코틀랜드에서 IT로 먹고 살아보자

사실 두 번째 코딩 테스트

by 헨젤과 그레텔 2022. 8. 11.



매일 꾸준히 글을 쓰는 분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내게 게으름만 없앴을 수 있다면 나는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느끼고 기억할 수 있을까.
적어도 글을 써야한다는 생각이 들 때라도 조금씩 적어보는걸로 시작해보자. 찍찍 사진만 올리는 것 말고…

9월이면 영국으로 온지 정확히 3년. 이제껏 나 혼자가 아닌 우리로 많은 것을 이루긴 했지만, 물론 앞으로도 함께 나아가야겠지만, 이제는 조금더 나 혼자서 해나갈 수 있는 일을 만들고 싶어졌다. 그리고 제발 3년을 기념으로 내 인생의 또 다른 시작이 다가왔으면… 새 시작이 다가올 것을 간절히 바라고있는데 역시 내 인생에 계획은 계획일 뿐이라는 생각에 걱정만 앞선다.

언젠가 아버지 나이대의 어르신을 모실 때 그분이 틈만나면 내게 하셨던 “3년 주기”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3년마다 고비가 찾아온다고. 그러고보니 내 인생도 3년에 한 번 씩 거대한 파도가 쳤었다. 그런데 매번 “지난 번에도 잘 견뎠으니까 이번에도 잘 해낼거야” 라는 느낌이라기 보다는 “지난 번에는 어떻게 견디긴 견뎠지. 근데 이번에는 진짜 크다. 이번에 무너지면 나는 진짜 끝장이야” 하는 느낌이다.  특히 언어적으로 날고 기는 현지인들 사이에서 일어서려니 아무리 옆에 든든한 지원자가 있어도 나는 너무나도 하찮다. 언제나 내가 왜 여기있는걸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그렇다고 한국에 있었다해도 상황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을 것 같다.

처음 스코틀랜드에 왔을때 내가 느꼈던 한국사회와 비교해 욕심없는 사람들, 여유로운 것들에 너무 행복했는데 사실 누구도 욕심이 없지는 않고, 누구도 그렇게 여유롭지는 않은 것 같다. 갑과 을의 관계가 없다, 시간이 많다는 것이 꼭 여유롭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 특히 나처럼 어리지 않은 나이에 새로운 언어로 가득찬 세상에서 새로 시작하는 사람에게 여유는 사치였을 뿐인가. 내가 3년간 그렇게 운좋게 지낸 것들에 대한 보상이 이런 시련으로 다가오나.


이런 생각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다행이다. 나는 한국어로 이런 쓰레기감정을 내뱉고 취직을 해도 어떤 동료도 내 이야기를 볼 수 없겠지.

아무튼.

7월 중순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딱 4주전 스코틀랜드에서 전문 소프트웨어 개발자 과정을 마쳤다.
기관에서 주최했던 스피드 네트워킹 행사로 짧은 인터뷰도 진행했었는데 마땅히 내가 연락한 곳에서는 연락이 안오고 있었던 터라 계속 위처럼 막막한 미래만 생각하며 한숨쉬고 있었다.
그리고 엊그제 드디어 두 개의 이메일이 동시에 도착하며 코딩 테스트를 치뤄야했다. 오늘 하나 내일 하나.

이게 첫번째 테스트는 아니고 졸업전, 7월 초 내가 별로 가고싶지 않았던 회사에서 잡페어를 해서 수업이 끝나고 방문한 적이 있다. 코딩테스트를 먼저 진행하고 그뒤에 인터뷰를 했는데 문을 닫기 직전인 상황이어서 인터뷰 하는 사람들도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 같아 정말 자연스러운 가벼운 대화만 진행했었다. 코딩테스트도 생각보다 쉬웠는데 그래서 그런지 테스트 자체는 크게 상관이 없었던 것 같다.
친구같은 사람들, 탁구치듯 주고 받는 질문과 답에 생각보다 즐거웠다. 한국에서처럼 위계관계도 아니었고 인터뷰를 보는 사람도 회사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런 인터뷰 기회가 많이 있을 줄 알았는데 한달이 넘게 없었다.
같이 공부했던 친구 중 한 명이 그 회사에 입사했지만 아직도 다른 회사 구직을 하는 것을 보니 역시 남을 이해하기는 어려운 것이구나.
그 때 이후로 오랜만에 온 연락이었다. 회사에서는 지원한 사람들 모두에게 테크티컬 테스트 링크를 보냈을지, 아니면 이력서를 확인하고 보냈는지 나는 알 길이 없지만 반가웠다. 그리고 시작되는 걱정.


어떻게보면,
이제 프로그래밍을 4개월 배운 어리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들은 무엇을 바라는 걸까.
거기에 말도 원어민보다는 못하는 내가 어떤 뛰어난 스킬을 보여줄 수 있는 걸까.
소프트웨어를 배우기 전의 경력이 큰 강점이 될 수 있다는데, 이 많은 경쟁자들에 비해 내 경력이 정말 보잘 것 없지는 않은가.


이렇게 고민을 적다보니 내 고민은 역시나 남들과 비교하며 싹을 틔우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지원한 수십개의 회사에서 인터뷰 하나 진행할 수 없는 것은 정말 큰 걱정.


오늘 본 코딩 테스트는 해커랭크 medium 정도 되는 퀴즈 3개를 85분, 1시간 25분안에 풀어야하는 것이었다. 가끔 포모도로로 사용하는 타이머를 키고 40분뒤에 울리게 정해놓고 시작했는데 이전 해커랭크에서 print()로 결과 출력했던 경험때문에 그렇게 진행했더니 한동안 결과가 계속 뜨지 않아 테스트를 실행해 볼 수가 없이 문제 2개를 우선 넘겨버렸다. debug output에는 결과가 정답으로 표시됐기때문에 우선은 다음 문제를 풀기로 했다. 세번째 문제에서 return을 써서 겨우 1번 2번 테스트도 변경하긴 했는데 세 개의 문제 중 한개만 모든 테스트를 통과했고 두 개는 절반통과, 절반은 time out으로 실패가 떴다. 시간도 별로 없어서 “하는 수없지.”, “나는 최선을 다했어.” 하며 합리화를 하고있는데 아직도 아쉽다.

경쟁을 해야하는 입장이라 더 그런지 같은 반 다른 친구들도 테스트를 한다면 뭐 그렇게 잘 하진 않았을 것 같아. 꽤 어려웠어라며 또 남과 비교하고 있다.
아무튼 내일 테스트를 볼 회사는 조금더 집중할 수 있을테니 다행이다.

마지막 프로젝트를 끝내고, 그리고 본격 취업전선에 뛰어들며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에게서도 안좋은 면을 많이 보게됐다. 한국이나 여기나 다르지 않아. 다들 남 밟고 먼저 쟁취하려고 하는 경쟁자들만 남아있다고. 우린 모두가 어떻게든 취업하지 않는 이상 다함께 만나기는 정말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금방 4개월전이 그리워졌다.

같이 힘들어하는 그 친구들 몇몇에게 연락을 했다.
금요일에 산에 오르자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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