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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의 글/영국생활영어

영어 공부는 리스닝. 영어 공부에 관하여.

by 헨젤과 그레텔 2020. 7. 9.

생활 영어, 영어 회화, 영어 공부에 관하여

올 초 촬영한 에든버러

영국인과 결혼한 저에게 영어 공부에 대해 물어보는 횟수가 많아졌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듣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이 언어를 사람들이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여 글을 적어봅니다.

 

 그런데 이런 글을 쓰기조차 민망하게도 저는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지 못합니다. 특히 이곳 스코틀랜드에서 사용하는 영어를 마주치면 제 영어가 “절망적”이라는 생각이 저를 덮치거든요. 

 저의 가장 큰 단점은 어휘력에 있다고 생각하여 틈틈이 영어 책을 읽는데 제 생각을 지배하는 한국어로 책도 읽고 싶고... 이러면서 영어공부를 집중하는 시간이 적어 내심 ‘평생 영어는 완벽하게 구사하지는 못하려나’ 하고 있습니다. 아내와, 가족과, 친구들과의 의사소통이 문제가 되지 않으니 점점 게을러지는 것 같네요.

 

 

 저는 영어를 여행으로 배웠습니다. (그렇다고 초등학생때부터 즐겨들었던 팝송과 중고등학생 때의 영어 교육이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비영어권 국가 일본, 캄보디아를 시작으로 상하이, 덴마크,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 등을 돌아다니며 영어를 사용했는데 그때는 ‘아!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할 수 있으면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여행 영어. 필요에 의한 영어. 혹은 생존영어라고들 농담 삼아 말하죠. 

 20대 초반 여행 중에 호스텔을 전전하며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늘 같은 이야기, 이런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안녕

 기분은 어떠니

 어디서 왔니 

 여기 어떠니

 너희 나라는 어떠니 등등 

 

 그리고 저는 2015년 봄 미국에 도착해 1차 영어 멘붕에 빠졌습니다. 

 다양한 외국인들과 영어를 쓰며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영어가 이렇게 안 들린 적은 없었는데... 이 전에 여행 중에 만났던 영어권 국가 친구들은 제 짧은 영어에 대한 배려로 다정하고 쉬운 영어로 얘기를 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틀랜타에서 앨라바마, 루이지애나, 텍사스…. 구수한 남부 사투리를 들으며 여행하는 동안 제 옆에는 미국인 친구가 함께 있었습니다. 

 그의 말로는 맥도널드(MacDonald)와 믹도널드(McDonald)를 구분해서 써야 한답니다. 우리가 아는 맥도널드 햄버거집은 McDonald’s 믹도날즈와 가까운 발음을 했습니다. 

 막상 두 맥도널드 가문(MacDonald, McDonald)이 시작된 스코틀랜드에서는 같은 발음을 하는데도 말이죠.

 그러다 2개월이 지나 도착한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를 오고 가며 ‘아! 이제 내 귀에 영어가 들어오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땐 저도 몰랐습니다. 이게 영어의 모든 것이 아니라는 걸.

 

 사투리. Dialect. 

 

 많은 사람들이 표준 영어를 구사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표준 영어가 어느 동네 영어인가요. 미국 영어로는 주로 일리노이주 부근의 언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고, 제 영어공부에 도움을 많이 준 팟캐스트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Seattle)은 시애틀 영어를 구사합니다. 뉴욕, 캘리포니아에서 사용하는 영어는 억양도 다르고 미국에서도 방언이라고 하죠. 

 영국 영어를 배우고 싶다고 하는 분들은 보통 Posh 영어를 구사하고 싶어 합니다. BBC에서도 이 영어를 사용하지만 영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용하지 않는 억양인데... 

 한국에서 뉴스 앵커의 발음으로 사람들과 대화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영어는 전 세계에서 사용합니다. 호주 사람이 영국에서 생활하고 영국인이 뉴질랜드에서, 캐나다인이 스코틀랜드에, 유럽에, 아시아에, 런던에도 온 지구 사람들이 모여삽니다. 

 서로 대화를 하다 보면 상대방이 어디서 왔는지 쉽게 알아냅니다. 영국 안에서도 방언이 많고 도시마다 억양이 다르죠. 제가 지내는 스코틀랜드 역시 30분 거리의 에든버러와 글래스고가 완전히 다른 발음의 영어를 사용합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잉글랜드 맨체스터에서 사용하는 억양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사투리를 따라 하듯 말이에요.

 제가 포쉬한 영어를 사용하고 상대방에게 “오! 너 영어가 정말 우아하구나!”라는 말을 듣는다 해도 그건 칭찬이 아닐 수 있습니다. 

 잉글랜드 서북부 맨체스터의 영어가 정말 아름다워 맨체스터 발음을 공부하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그런 억양을 연습해 사용하는데 문제는 없습니다만 저는 생활영어를 구사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에게 영어 사용자의 억양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내가 영어를 현지인처럼 잘 발음해서 “너 영어 정말 잘해”라는 말을 들어도 다른 이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듣지 못해 대화에 끼어들지 못하면 영어 스피킹만 잘하는,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되는 것 아닌가요?

 로스앤젤레스를 떠나 라스베이거스에서 하루를 보내고 맨체스터를 거쳐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도착했을 때입니다. 비행기에서 만난 사람들과 공항에서 만난 직원들의 발음에 놀랐고, 지금 아내가 된 그녀와의 대화를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의 말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제 인생 영어 2차 멘붕이… 

 이곳에서는 억양만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Girls - 거를즈 (Lassi 라씨라고 많이 합니다)

 World - 워를드

 Word - 월드

 Wednesday - 웨든스데이

 

 제가 학생 시절 배웠던 발음들은 모두 무시당한 체 이렇게 발음이 다르고... 당신, 여러분, 너희들과 같이 2인칭 단수나 복수를 뜻하는 You 도 복수를 사용할 때는 s를 붙여 Yous로 말하기도 합니다. 

 “See yous again!”

 그렇게 억양과 발음이 다른데 또 단어도 다릅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 트레인스포팅(Trainspotting)을 한글자막 없이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이 트래인스포팅1, 2가 모두 흥행에 성공했지만 미국에서는 20% 정도 더빙을 했다고 합니다ㅠㅠ)

 (이완 맥그리거 주연인데, 이름은 이완이 아니고 유안이라고 발음합니다. 이안은 Ian이라는 이름이 따로 있어요.) 

 스코틀랜드의 경우 너무 극단적인 예시일까요? 잉글랜드 요크셔, 맨체스터, 리버풀, 브리스톨, 뉴캐슬 모두 다양한 억양과 발음 그리고 단어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스타트랙,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마블 영화 등등 지금 시대 영화를 보면 다양한 국적, 인종, 성별의 사람들이 팀을 이뤄 나아가는 스토리도 많이 접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발음이 천차만별이죠.

 사람들이 필리핀, 홍콩이나 싱가포르, 인도 사람들의 영어 발음을 못 알아듣는 것을 그 나라 사람들 탓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내 영어 실력을 드러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영어권 국가 사람들은 어떤 발음의 영어를 마주해도 대화를 잘 합니다. 

 점수를 위한 영어공부는 영국식 미국식 발음의 영어를 많이 듣고 공부해야 한다고 치더라도 생활영어, 영어회화를 공부하시는 분들은 다양한 발음을 듣고 이해해야 세계 어디에서도 혹은 어느 외국인과도 꿀리지 않는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에는 나의 정체성이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소리로 말하느냐하는 스피킹도 중요합니다만 영어 공부를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이크를 쥐고 무대에서 말만 하려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학생 시절 내내 지겹게 시달린 영어. 말하는 자신감만 있다면 내 입에서 내 목소리로 나오는 영어 스피킹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저도 노력하기 위해 글을 적었습니다. 영어 공부에 힘쓰시는 분들, 많이 보시고 들으시고 기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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