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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의 글/영국생활

진짜 나무, 이케아 크리스마스 트리

by 헨젤과 그레텔 2020. 12. 8.

크리스마스트리

 

 

올해는 크리스마스트리 렌털 서비스가 생겨났다고 한다.

아직 스코틀랜드에서는 찾아보지 않았지만, 크리스마스 시기에 적당한 크기의 나무를 화분과 같이 빌려주고 1월 초~중순에 다시 가져가 숲을 만드는데 일조한다는 것. 

선물을 준비할 때 반짝이는 비닐 포장지 대신 재활용 가능한 포장지 사용 등의 이런 아이디어로 한층 더 자연 친화적인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수 있길. 

 

우리는 작년과 같이 댕겅 밑동이 잘린 이케아 크리스마스 나무를 구입했다.

아래는 작년 11월에 적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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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트리를 구입했다가 진지해진 긴 글.  벌써 크리스마스!

 

 처음으로 플라스틱이 아닌 진짜 나무 크리스마스트리를 구매했다. .

스코틀랜드는 습한 땅과 험난한 기후 때문에 나무가 자라기 어렵다는 주장이 있지만, 비슷한 기후의 노르웨이 지역과 비교하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게 정설이다. 개인소유의 땅이 대부분 목초지로 이루어져 있어 국가가 강제로 나무를 심게 하기도 어렵다. 100년 전 거침없는 목재이용과 목축업의 발달로 국토의 5%뿐이었던 스코틀랜드의 산림지대는 작년까지 18.5%로 늘어나 영국과 아일랜드섬 내 국가 중에는 가장 높은 비율의 산림지대를 가지고 있게 되었다. .

 점점 줄어들고 있는 우리나라의 숲 비율은 64%. OECD 국가 순위로는 핀란드 스웨덴 일본 다음으로 높다는데, 어찌 보면 스코틀랜드는 풀 덮인 사막과 같고, 유럽 내에서도 최하위에 속한다.  스코틀랜드는 빠르게 자라는 침엽수를 목재로 쓰게 하고 천천히 자라는 활엽수를 보호하며 목재 수입량을 늘리고 있다. 2030년까지 산림지대를 21%로 늘리는 목표를 갖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듣던 “숲을 아끼고 사랑하자"라는 막연한 외침은 생각보다 어려운 과제였나 보다. .

 실은 플라스틱 나무를 사용하는 것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데 더 좋은지, 나무를 베는 것이 더 좋은지에 대해 명확한 통계가 없어 아직도 논란이 많다. 그래도 우리는 매년 설치할 크리스마스트리라도 플라스틱은 플라스틱이라며 진짜 나무를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숲에서 자란 나무가 아닌 “크리스마스트리” 농장에서 자란 이 나무는 1년에 1미터씩 약 2년을 자라 기둥이 뽑힌 체 이곳에 왔고 내년 1월 초까지 있다가 정원 폐기물로 분류돼 자연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다른 목재용 나무보다 더 빨리 뽑힌 것일 뿐이라고 위안을 삼아본다.

 

플라스틱 사용과 환경보호에 대해서는 정답을 내기 쉽지 않다. 아무리 재활용 가능한 종이나 병, 캔, 플라스틱을 사용해도 제대로 분류하지 않으면 인건비가 비싼 영국에서는 모두 일반 쓰레기로 처리된다. 음식이 들어있던 종이, 플라스틱이나 캔을 씻어서 분류하지 않으면, 그리고 플라스틱 뚜껑을 열어놓지 않아도 모두 일반 쓰레기로 처리된다. 우리가 이용하는 모든 식품, 제품 설명을 꼼꼼히 읽어보고 각 행정기관별 재활용 정책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 씻는 다 한들 재활용되기 어려운 것들이 있어 물만 낭비하고 오염시킬 뿐이다. 우리는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그때그때 더 나은 대안을 택해야 한다.

 

이케아에서는 스코틀랜드 남부에서 재배한 이 나무를 약 4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구입 시 내년 초에 쓸 수 있는 30,000원 바우처를 주니 15000원에 2년간 자라다 잘린 나무를 구입하는 격이다. 작년까지는 바우처 비용을 빼면 8000원 정도였는데 가격이 두 배로 올랐다. 그래도 10만 원이 훌쩍 넘는 플라스틱 나무를 구입해 5년 넘게 사용 후 어찌어찌 잘 모르겠는 이유로 또 다른 나무를 구입하는 것(많은 사람들이 나무 하나만을 계속해서 쓰지 않는다고 하니...)보다 낫지 않은가? .

 

얇은 잎이 많이 떨어진다. 꽃처럼 기둥 아래 물도 계속 채워줘야 하고 나무 꼭대기 부분은 줄기가 별로 나지 않아 대머리 같다. 하비가 고인 물을 가끔 마시기는 하지만 다행히 메이지도 그렇고 나무에 해코지를 하지는 않는다. 어딘가 모르게 부족하지만 집안이 나무 향이 가득하다.  아내를 만나기 전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던 영국 최대 명절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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