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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의 글/영국생활

영국에서 마약이란? 그리고 헤로인에 관한 짧은 이야기

by 헨젤과 그레텔 2021. 7. 17.


이전에도 적은 적이 있는데, 스코틀랜드 수도 에든버러는 20세기 유럽 마약 수도였다. 지금 아메리카에는 멕시코가 있듯이 당시 유럽에는 에든버러가 있었다. 지금도 약물 오남용 사망자 수는 어느 유럽 국가보다 심하다.

에든버러에 지내면서 일명 정키들이라고 말하는 약에 취해 있는 것과 같은 사람들, 혹은 술에 취한 사람들을 많이 목격하지만 막상 내 일이 아니니 조심스럽게 지나치면 되는 상황들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는데... 사실 스코틀랜드에서는 술에 취하는 것이 불법이다. 덕분에 주위에 문제를 일으키는 술에 취한 사람들을 쉽게 경찰에 끌려가게(?) 할 수 있는데 펍에서 싸움을 하거나 시비가 붙었을 때 펍에서 일하는 종업원이나 바운서(Bouncer 펍 앞에서 신분증 검사를 하거나 술에 많이 취한 사람들을 내보내는 사람들)가 당사자들을 혹은 그중 한 명을 끌어 밖(공공장소)으로 내보낸 다음 경찰을 부르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좋은 제도를 잘 활용하지 않는다는 점이 인간적이라고 해도 될까.
물론 법적으로는 에든버러가 포함된 Lothian 지역을 제외한 모든 스코틀랜드에서는 야외에서 술을 마시는 거나 들고 다니는 것을 불법이지만 그것조차 쉬쉬하는 쓸모없는 법인 것처럼 불법과 합법을 따지기 시작하게된면 마약, 담배, 술까지 잡히지 않을 사람들이 어디 있을까.

한 달 전 우리는 스코틀랜드를 떠나 잉글랜드로 휴가를 다녀왔다. 잉글랜드의 도시들을 지나칠 때면 확실히 스코틀랜드의 어느 곳보다 도로가 더 분주한 느낌이었다.
나는 스코틀랜드에서도 펍이나 식당에 화장실이 있어 박물관이나 백화점 화장실, 휴게소가 아니라면, 혹은 너무 급한 용무가 아니라면 공공화장실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이번 잉글랜드 여행에서도 휘트비에서 40P(약 600원)를 내고 들어간 공공화장실을 제외하고는 다른 공공화장실을 가본 적이 없어 아내가 화장실에 들어가면 빠르게 인스타그램에 영상을 올리는 등 시간을 보내고 했다.

그러다 아름다운, 우리가 사랑하는 관광지 요크, 요크 바이킹 센터를 방문하고 화장실을 놓친 아내가 바로 옆 쇼핑몰의 화장실에 들렀다 사진 두 장을 찍어 내게 보여줬다.


Sharp Disposal, 직역한다면 날카로운 것을 버리는 쓰레기통.
그러니까 주사기를 버리는 쓰레기통이다.

화장실 천장 선명한 핏자국. 헤로인을 주사기로 주입한 뒤 주사기를 뽑을 때 튀는 핏자국이다.
그리고 이 사진들을 보고 나니 마약에 대한 의문점이 조금 더 들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어떻게?

우선 영국은 마약을 세 등급으로 나누어 놓았다.


The three categories of drugs are Class A, Class B and Class C:

  • heroin, cocaine, ecstasy and LSD are Class A drugs
  • speed, cannabis, ketamine, mephedrone and some amphetamines are Class B drugs
  • anabolic steroids, GHB and some tranquilisers are Class C drugs

출처: https://www.nidirect.gov.uk/articles/drugs-and-crime

Drugs and crime

It’s not just drug dealers who will be arrested if they get caught. Carrying drugs for personal use could get you a large fine or time in prison too. It’s a good idea to understand the laws surrounding drug classifications, possession and intent to sup

www.nidirect.gov.uk



A급 마약 : 헤로인, 코카인, 엑스터시, LSD
B급 마약 : 스피드(메스암페타인, 암페타민과 헤로인을 섞음. 일명 히로뽕), 캐너비스(Weeds, 마리화나), 케타민(마취제), 메데드론, 암페타민류
C급 마약 : 단백동화 스테로이드 (근육 발달), GHB(물뽕, gamma-Hydroxybutyric acid), 소신경 안정제류


왜 스피드는 헤로인을 혼합한 건데도 B급으로 분류되는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여기서 헤로인에 대해 한 번 더 이야기해보면, 헤로인은 1950년대 처방전이 있다면 합법적으로 구매가 가능했다. 많은 사람들이 헤로인 처방을 받았지만 오남용으로 중독이 된 사람은 1955년 고작 50명이 안 되는 수준이었다. 반면 미국에서는 1925년부터 헤로인 처방, 유통 혹은 소비를 불법으로 단속하기 시작하면서 큰 사회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영국에서도 윈스턴 처칠이 사임하고 1955년 Eden 정부가 들어섰는데 영국은 이때, 이든 수상이 자리에 있던 2년, 그 사이에 헤로인을 불법화하면서 정부가 만든 "마약"과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쉽게 구할 수 있는 파라세타몰이나 이부프로펜 같은 약처럼 헤로인을 처방해 줬을 때는 약물 의존도가 낮아 중독된 사람들도 거의 없었는데 불법화를 하며 더 많은 사회 문제가 발생됐다는 얘기다.


http://news.bbc.co.uk/1/hi/magazine/4647018.stm
헤로인에 관한 BBC 기사

BBC NEWS | UK | Magazine | When heroin was legal

When heroin was legal By Jonathan Duffy BBC News Magazine As recently as the 1950s, heroin was a popular medicine prescribed by family doctors. But growing fears about the drug's addictiveness led to the start of it becoming criminalised, 50 years ago this

news.bbc.co.uk



많은 의약품이 그렇듯 오남용은 큰 문제가 된다. 특히 향정신성 약품들 같은 경우는 대한민국에서 자란 내가 생각하기로는 철저한 단속이 필요한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렇게만 알고 지냈는데 이곳에서 그리고 6년 전 미국 여행하면서 가장 큰 문화충격이 마리화나에 대한 사람들의 자세였다. 미국에서는 합법화의 분위기를 타서 그랬었는지 모르겠지만 영국에서 지낸 여러 해 동안 저기 위 B급 마약으로 분류된 마리화나도 경찰이 냄새를 맡고도, 알고도 잡지 않는 상황이었다. 누군가 Smoke 한다면 보통 담배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마리화나를 피운다는 이야기인 것만큼 평범한 마약 행위라는 것도 알게 됐다. 나는 에든버러 외곽의 작은 도시에서 지내고 있는데 이 작은 마을 길거리에서 마약거래를 하는 사람은 세 번을 봤고(너무 조심스럽게 거래해서?? 무슨 약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제 막 청소년을 벗어난 18-19세 어린 어른이들 사이에서도 매직 머시룸이니 LSD니 하는 얘기는 서슴없다.

아무래도 나는 생각 없으니 마약에 관한 이야기는 듣고 말아버리려고 했는데 만약 내가 여기서 청소년기를 보냈다고 해도 마찬가지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이나 미국이나 한국인으로 자녀를 키우는 입장이라면 큰 고민을 할 수 있을 법한 문제다. 교육만 잘 된다면? 이럴 때 쓰는 말이 "말이야 쉽지". 영국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청소년들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참고로 1. 화장실 사진을 보고 주사기를 어떻게 구입하지? 할 수 도 있지만 주사기 구입은 처방전이 없어도 구입 가능하다. 만약 마약 오남용 방지를 위해 주사기 유통을 금지시킨다면 주사기를 구하지 못하는 중독자들이 주사기를 공유하며 에이즈 감염이 늘어날 것. (그리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1987년부터 주사기와 주사기 바늘을 무료로 교체해주는 Syringe Exchange Programme 이 있다.) 참고로 2. 유럽에서는 네덜란드에서부터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 그리고 캐나다와 미국 여러 주에서 의료용 Cannabis를 합법화하고 있는데 영국은 아직 그 분위기를 타지 않고 있다만 암묵적 합법적 불법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 예전에 빅뱅 탑이 마리화나로 문제를 일으킬 때 이곳 친구들이 저게 무슨 쇼인가 하나같이 물었던 기억도 있고.



이럴 때 영화 트레인스포팅의 Choose Life 를 한 번.https://youtu.be/RCxgqHqakXc



Choose life.
Choose a job.
Choose a career.
Choose a family,
Choose a fucking big television
Choose washing machines, cars,
Compact disc players, and electrical tin openers.
Choose good health, low cholesterol
And dental insurance.
Choose fixed-interest mortgage repayments.
Choose a starter home.
Choose your friends.
Choose leisure wear and matching luggage.
Choose a three piece suite on hire purchase
In a range of fucking fabrics.
Choose DIY and wondering who you
Are on a Sunday morning.
Choose sitting on that couch watching mind-numbing
Sprit-crushing ga me shows
Stuffing fucking junk food into your mouth.
Choose rotting away at the end of it all,
Pishing you last in a miserable home
Nothing more than an embarrassment to the selfish,
Fucked-up brats
You have spawned to replace yourself.
Choose your future. Choose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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