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집사의 글/영국생활

영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와 살아남기, 코로나 양성 간병기(?)

by 헨젤과 그레텔 2021. 7. 20.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영국 코비드 19와 아내의 코로나 양성 격리에 대해 얘기하려 합니다.

 

어제, 그러니까 2021년 7월 19일을 기점으로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위한 모든 조치를 해제했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영국은 코로나가 없었던 시기로 돌아간다."는 것인데 확진자가 줄어든 것은 아니고 오히려 잉글랜드에서 진행됐던 유로 2020으로 인해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죠. 그러니까 하루 확진자가 4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는 사실. 2020년 첫 확진자 그리고 3월 봉쇄조치를 시작으로 전체 확진자는 5백만 명을 넘었는데 영국 인구가 7천만 명이 조금 안되거든요. 그러니까 그때 이후로 사망자를 포함 거의 10%에 가까운 사람들이 확진판결을 받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참고로 보리스 존슨이 발표한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한 모든 조치 해제는 영국 전체가 아닙니다. 오직 잉글랜드에 대한 권한이 있기 때문에 스코틀랜드에서는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총리(First Minister라고 행정수반, 제1 장관이라고 합니다만...)의 결정에 따르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고수하고 거리두기만 1m(이럴 거면 왜?)로 줄였습니다.

 영국은 각 나라마다 행정, 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오해를 많이 하는데요. 이는 한국에서 계속 잉글랜드 뉴스를 "영국"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 분명합니다. 기자들이 제대로 "잉글랜드"표기를 해줬으면 하네요. 언제까지 한국은 스코틀랜드를 없는 국가 취급할 것인지.

 

참고! 영국 나라 구성에 관하여
[집사의 글/영국 정보] - 영국?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UK? 브리튼? 유나이티드 킹덤? 유케이?

 

 

 

19일 어제 확진자는 3만 9천 명... 사망자도 19명.

 

잉글랜드 34,245명 사망 15명

스코틀랜드 1,464명 사망자 -

웨일스 2,053명 사망 3명

북아일랜드 1,776명 사망 1명

 

스코틀랜드는 다행히 훨씬 낮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도 스코틀랜드 인구가 한국의 1/10 수준이니 1,464명이라고 해도 엄청난 숫자랍니다.

그러다 보니 아니 1/10이면 주위에 한 두 명씩 다 걸렸다는 소리 아니냐 하실 수 있는데, 그렇습니다... 제 아내가 확진판결을 받았었었었거든요.

 

때는 지난달. 6월 초 저희는 1차 백신을 화이자로 받았습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접종 속도도 빨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화이자 1차 백신을 맞고 후유증이라면... 저는 다음 날까지 약간의 근육통이 있었고 아내는 완전히 괜찮더라고요.

 

 안일하게 생각한 건 아니지만 (이미 스코틀랜드의 모든 펍, 식당이 오픈하고 거리두기에 대한 조치가 거의 없다시피 했습니다. 실내 마스크 착용을 하되 식당이나 펍 테이블 위에서는 벗어도 돼요.) 다음 날 아내는 친구 A 커플의 문제로 다른 친구 B가 총지배인(General Manager)으로 일하는 펍에 다녀왔습니다. 아주 즐겁게 놀다 온 그녀.

 그리고 다음날 제가 출근해서 일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어요. B가 일하는 펍에서 일하던 직원 C가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됐다. C는 약 나흘 전 증상을 갖고(?) 출근을 했고(?) 친구 B가 급히 C를 집으로 돌려보냈었답니다. 저는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을 시키고 다시 일하고 있는데 약 6시간 뒤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친구 B가 확진이 됐다. 

 스코틀랜드 의료공단 NHS의 방침에 따르면 우선 아내는 B와 밀접접촉자가 됐기 때문에 그날부터 10일간 자가격리를 해야 했습니다. 바로 회사에 알리고 NHS에서 자가 격리 키트를 주문합니다. (그렇게 펍은 10일간 영업을 중단했습니다.)

 

 다음 날 바로 간편 키트가 도착했는데,

1) 중국산? 왜 중국에서 발생한 바이러스로 고통받는 영국 정부가 중국에서 만든 키트를 수입해 중국을 배 불게 하는지 이해가 안 가고,

2) 확진 정확도, 양성인데 음성으로 나올 확률이 30%나 된답니다. 반명 양성으로 나온다면 99%(진짜?)

 

 많이 화가 나는 상황입니다만 방법이 없습니다.

 

 키트 사용법, 검사법은 제가 듣던 것과 많이 다릅니다. 면봉을 코 깊숙이 집어넣지를 않아요. 그냥 코 중간쯤 되는 부분을 넣는데 그전에 목구멍 양옆을 문지르고 코로 가져갑니다.

 너무 간단? 그럼 코 깊숙이 뇌를 찌를 듯 면봉을 넣던 모든 다른 검사들은 뭐란 말인가? 의문만 가득합니다. 

 

그리고 저는 어떻게 됐냐, 그대로 일을 합니다. 아내가 자가격리를 하든 말든 같이 지내는 저는 일을 하니 아내에게 바이러스가 전파된다면 저는 다른 전파자가 되는 건데 매니저는 괜찮답니다. 그래서 계속 일을 했어요.

 

 아내는 매일 진단키트를 사용해 확인을 하다가 약 닷새 뒤부터 콧물과 기침 시작 그리고 6일이 지난날 오후 키트에서 양성이 나오더라고요. 그날이 금요일이었는데 저는 그날도 일을 하러 갔습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저도 자가격리 10일 시작. 이라지만 10일을 계산하는 건 아내에게 증상이 나타난 목요일부터? 그럼 일하러 갔던 금요일은? 정말 개판이 따로 없습니다.

 

 그리고 토요일 자가격리지만 아내 PCR 검사를 받으러 차를 몰고 다녀왔습니다. 물론 결과는 양성이 나왔는데 격리기간이 늘어났지만 그 늘어난 기간 역시 증상이 나타난 날부터 10일간, PCR 양성 판정을 받은 날이 증상이 나타나고 사흘이 됐으니 일주일만 더 자가격리를 하며 증상이 사라지면 아무 조치 없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도 되는 겁니다.

 

 저도 회사에 자가격리 의무를 알리고 저 퍼~런 믿지 못할 중국산 키트로 매일 확인을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그다음 주 바로 잉글랜드로 놀러 가는 휴가가 예정이어서 모든 예약을 취소하려고 했는데 또 취소가 되지 않는 호텔들이 있어 우선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아내 증상은 두통, 기침 그리고 콧물이 나는 정도였습니다. 열은 나지 않았고 PCR 테스트를 받기 전부터 입맛과 냄새를 못 맡기 시작했는데 두통과 기침 등 다른 증상은 PCR 마치고 이틀 정도 뒤에 사라졌고, 냄새, 입맛도 닷새 정도 더 지속되다 레몬, 딸기 등을 시작으로 살아나더니 격리기간 10일이 지나기도 전에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만 있고 걱정을 많이 하다 보니 우울감 그리고 무기력증이 크게 찾아온 게 더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아내는 증상이 심했던 검사기간 동안은 파라세타몰과 코딘을 복용하며 어떻게든 참을 수 있었다고는 하지만 격리 기간 중 어떠한 생산적이 활동에 대한 생각조차 사라지고 증상이 더 심해지거나 다른 데가 더 아프면 어떻게 하나, 혹은 제가 감염되면 어떠나 하는 걱정으로 하루 종일 보낸 것 같네요. 

 

 같이 지내는 저요? 저희는 집에서 따로 각방을 쓰지 않았습니다. 정신건강이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아내가 확진됐는데도 그냥 조심히 지냈을 뿐 따로 제가 밥을 차려 대령해주거나 아내를 못 나오게 한다거나 하지 않았어요. 아내도 그런 걸 원하지도 않아서 어차피 저도 격리하는 마당에 같이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왜인지 저는 계속 음성이 나왔고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격리기간 10일(사실 7일)이 지난 후 바로 일을 하러 하루 다녀왔습니다. 제가 격리를 하는 동안 다른 직원 한 명이 자가격리에 들어갔답니다. (휴가기간 동안 양성 판정을 받았더라고요.) 그리고 저희는 휴가를 맞아 잉글랜드를 다녀오게 됐습니다. 후유증도 느껴지지 않고요.

 

 저는 지난해 중순 블로그로 코로나 확진자 이야기를 많이 읽었는데 증상이 심해서 혹은 증상이 없어도 계속 양성이 나와 두 달, 세 달 씩 입원에 있는 분들도 봤습니다만 영국의 조치는 정말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의아합니다.

 

 제가 의료진들에게 들은 이유인 즉 증상이 있을 때

 1) 전염성이 제일 강하고 없을 때는 전염성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2) 증상이 없고 전염성이 없는데도 확진됐던 사람들에게 계속 양성이 나타날 수 있는데 돌아다녀도 사실 상관없다???

 

 였습니다.

 저희는 아직 2차 백신을 맞지도 않았고, 정부지침을 따라 다시 밖으로 나갔습니다. 제가 무증상자라 바이러스를 뿜고 다녔다면 분명 회사에서도 저로 인해 감염이 됐을 텐데 그런 것도 없었고 해서 그저 의문을 남기고 이 사태를 묻어두기로 했습니다.

 

 증상이 사람마다 너무 다르더라고요. 얼마 전 양성을 받은 처제나 직장 동료는 닷새 동안 심하게 아파서 침대에서 벗어나질 못했다고 하네요. 저희에게는 생각보다 약하게 지나간 코로나바이러스라 아직도 체감이 되지 않습니다만, 자가격리를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계속 마스크를 잘 쓰고 다녀야겠습니다. 

 아내는 수술을 예약한 고객들이 코비드 19 양성으로 인해 수술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사태도 유로 2020 축구 경기 이후 너무 많아졌고, 시내도 잉글랜드에서 온 관광객으로 너무 북적이는 게 큰일 날 것 같다고 하고...

 

 한국에 있는 가족이 곧 백신을 2차까지 맞게 되면 스코틀랜드에 놀러 올 계획이었는데 아무래도 조금 더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모두들 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