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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사진, 그리고 이야기

Whitby 휘트비, 잉글랜드 자동차여행 1

by 헨젤과 그레텔 2021. 7. 3.



지난달, 작지만 둘이 타고 다니기에는 너무나도 적당한 중고차를 구입했습니다. 수동기어 차량 운전은 아마 운전면허를 따고 난 뒤 처음 몰아보는 것이었고 영국에서 운전은 반대편이고 회전교차로(Roundabout)가 많고 복잡해 큰일 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은 많이 했지만 또 운전석에 앉아보니 나름 금방 적응이 되더군요.

귀여운 차를 사고 떨리는 마음에 스코틀랜드 남부 트라퀘어 하우스에 반나절, 그리고 동해 던바에 반나절 다녀온 뒤 버스 정액권을 취소하고 출퇴근용으로 이용하다가 드디어 휴가로 장거리 운전을 다녀왔습니다. 휴가 다녀오니 이제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휘트비는 에든버러에서 약 4시간 정도 국경을 통과해 남쪽으로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작은 항구 도시입니다.
스코틀랜드에서 지내다 보니 잉글랜드 도시에 잠시만 기웃거려봐도 여기가 외국이구나 하는 느낌이 훅 들어올 때가 있습니다. 이때는 유난했던 게 유로 2020 스코틀랜드 축구팀 마지막(우린 둘 다 알고 있었죠. 이게 마지막 경기가 될 것이라는 걸...) 축구 경기가 있었던 날이었습니다. 우린 축구를 포기하고 밝은 밤거리를 거닐기로 했습니다. 저녁밥도 잉글랜드 국기가 여기저기 펄럭이고 어느 순간 엄청난 함성이 온 도시를 흔들었습니다. 덕분에 우린 피쉬엔칩스를 손에 든 사람들이 없는 조용한 거리를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잉글랜드 해안 도시 휘트비. 동해에 자리를 잡고 있지만 지형상 도시는 북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북쪽으로부터 바다, 배가 들어오는 만을 중심으로 서쪽은 호텔, 현대식 레스토랑이나 오락실과 같은 조금 더 현대적이고 오락적인 요소가 많은 반면 동쪽으로는 휘트비 수도원과 함께 전통적이며 아기자기한 골목들이 놓여있습니다.

소설 드라큘라에서 드라큘라 백작이 개의 모습으로 달려가는 199계단이 있는 곳, 호주를 발견(1770년) 한 탐험가 제임스 쿡이 유년기에 석탄을 잉글랜드 다른 해안 도시로 운반하며 지냈던 곳, 그리고 온 도시가 피쉬엔칩스로 가득한 곳입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맛보지 않을 수 없어 사람이 가득 찬 한 레스토랑에서 Woof Fish(매기도 아닌 것이 아귀 같은 물고기)라는 스카버러 지역 특산 생선으로 만든 피쉬엔칩스를 먹었는데 생선 살이 두툼한 게 제 생애 최고의 피쉬엔칩스였습니다.

헨리 8세의 수도원 개혁으로 인해 휘트비 수도원은 처참히 망가져있습니다. 대부분의 유적지가 이렇게 망가져있는 것들은 헨리 8세 혹은 올리버 크롬웰에 의해 이루어졌는데 이런 폐허를 보고 있자니 나름 역사의 고증으로 남아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수백 년을 주민들과 지내는 것을 보면 역사의 흔적은 쉽게 지울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 주죠. 그렇기에 이렇게 여행할 맛이 나는 것 아닐까요.

4파운드에 보트를 20분 타고 왔습니다. 밖으로 나갈 때는 몰랐는데, 보트가 돌아서 다시 항구로 돌아가는 길에 휘트비를 보니 어부들이 집에 가는 심정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휘트비 수도원이 보이는 저 마을로 돌아가는 겁니다. 집에는 아주 따뜻한 어죽이 있을 테고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었겠죠. 그렇게 수백 년 같은 세월을 지내며 세대를 이어갔을 겁니다.

사람이 무지 많았습니다. 영국 사람들 해외로 못 나가서 모두 어디 다른 지역으로 것 같은데 덕분에 코로나바이러스 상황도 많이 안 좋아졌죠. 에든버러도 지금 잉글랜드와의 축구경기 이후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저희는 어찌어찌 여행을 다녀오긴 했지만 지금 여행을 권장해드리고 싶지는 않네요.

아무쪼록 건강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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