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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사진, 그리고 이야기

유럽을 떠나 미국으로

by 헨젤과 그레텔 2021. 12. 29.

벨기에를 떠나 미국 애틀랜타로...

*2015년 봄 이야기입니다.

 

긴 여정의 시작

 독일에서의 기나긴 두 달을 보냈다. 한 달간 유럽여행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를 거쳐 프랑스 푸아티에에서 유학을 하던 친구네 집에서 이제 막 사귄 프랑스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있었다. 그때 인스타그램에 댓글 하나가 달렸다.

 

한슬, 우리 같이 1970년산 트럭을 타고 미국을 건너보자

 

 닉과 나는 2012년 상해에서 만났다. 북경대에서 영상을 공부하던 이 미국인 친구는 나와 상해에서 며칠간 함께 슬럼가를 돌아다니며 여행을 하다 서로의 장소로 돌아가 페이스북을 통해 가끔 연락하는 사이가 됐는데 저 메시지를 나에게 보낸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도 알 수 없다. 유럽에서 놀고 지내는 내가 정말로 올 수 있을 줄 알았다나. 그래서 내 유럽 일정의 마지막 도시는 함부르크가 아닌 벨기에로 변경됐다. 브뤼셀에서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애틀랜타로 날아가는 비행기 표, 애틀랜타에서 다시 유럽으로 돌아오지 않을 거란 것을 알면서도 값이 싼 왕복 비행기 표를 결제해버렸다.

 

 첫 배낭여행을 했던 2010년, 계획에 없던 벨기에에 우연하게 들러 일주일을 머물렀었는데... 비행기 표를 핑계 삼아 프랑스 파리에서 지내고 있던 대학 동기 제이와 5일간 벨기에를 여행하기로 했다. 브뤼셀과 브뤼헤, 겐트를 둘러보며 맥주를 왕창 마시고 유럽에서 일하고 싶었던 내 꿈을 탈탈 털어버리고 떠나리라.

 

 그리고 3월 6일 제이와 벨기에에서 만나 지독하게 독한 벨기에 맥주를 맛본 후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해 유럽을 떠났다. 안녕, 세상 어디에서라도 또 보자.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다시 유럽 땅을 밟을 날은 아주 멀리,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있다고 생각했다. 비행기가 독일 땅에서 떨어지는 순간, 나도 이제 꿈을 잊고 미국에서 흘러가는 데로 몸을 맡겨보자는 다짐을 했다.  

 

유럽에서의 3개월. 쉬울 줄 알았던 언어, 그리고 구직에 실패한 나는 두 달 동안의 독일생활을 마치고 한 달동안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스위스 등지의 친구들을 만나러 돌아다니며 후회에 찬 독일에서의 시간을 잊으려고 노력했다.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지루한 날들도 눈을 감았다 뜨면 빠르게 과거가 되어있었다. 누군가는 3개월 여유를 부릴 수 없어 단 10일의 여행도 배움으로 가득 채워 돌아간다는 유럽에서 나는 패배자가 되어 고개를 바닥에 떨구고 나를 탓하는 시간으로만 채웠다.

 

 러시아 독일 프랑스 영국 스위스에서 만난 모든 친구들이 이런 나를 응원해줬는데도 고개를 들기는 어려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은 끊임없이 몰아쳤고 나는 계속해서 뒤로 물러섰다. 나는 뒤로 물러서다 못해 한국에 들어가지 않고 미국으로 날아갔다. 

 

 

 

 그렇게 3월 7일 나는 미국에 도착했다. 첫 아메리카 대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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