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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사진, 그리고 이야기

애틀랜타, Big Bessy를 처음 본 날

by 헨젤과 그레텔 2022. 3. 26.

 

*2015년 봄의 이야기입니다.

 

빅베시를 처음 본 날

 

 

2012년 겨울 이후 3년 만의 만남. 그는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카메라로 나를 촬영하며 반갑게 맞아줬다. 내 인생에는 네 번의 큰 사건이 있었는데 2012년 겨울 상하이에서 닉을 만난 것이 그중 하나다. 

 

 

애틀랜타, 미국에 왔다.

3박 4일간 대학 선배와 한국어를 사용했던 런던 방문을 제외하면, 미국은 생애 처음 세 달이 안 되는 기간 동안 영어로만 살아남아야 하는 영어권 국가였다.

2010년 전역 후 일본, 캄보디아, 중국에서 일주일이 안 되는 짧은 여행 동안 영어를 사용하며 자신감을 키웠고, 그해 두 달이 되지 않는 유럽여행에서도 영어로 내 의견을 말하는, 자의적이지 않은 말하기 훈련을 하며 나름 한국인 발음의 영어세계를 구축해놓았다. 하지만 아직도 내가 영어를 잘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영어능력이 어찌 됐든 내 입으로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다. 

 

 

 

3월의 애틀랜타는 선선했다. 낮에는 미친 듯이 덥다가도 밤에는 쌀쌀했다. 한 여름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습하고 더운 날씨가 찾아온다는데, 우린 애틀랜타를 일주일 안에 떠날 것이었고 나는 미국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여름이 되기 전에 떠날 예정이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피드몬트공원으로 이어지는 벨트라인을 걸으며 사람 구경을 했고 첫날의 숙취를 위해 아침부터 샐러리 두 줄기와 보드카 두 샷을 넣은 비싼 블러디 메리를 마시고 공원을 걸었다.

 

 

애틀랜타를 떠나기 전까지는 트럭을 고치며 지냈다. 그 유명한 코카콜라 박물관도 들러보지 못하고 트럭이 정비소에 있거나, 저녁 이후 날이 어두워져 더 이상 정비를 못할 때는 친구, 가족과 작별 인사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닉이 아파트에서 함께 지내고 있었던 크리스티나와 당구장, 술집에 가고, 닉의 가족들과 함께 만나고, 겨울에도 따뜻한 물로 수영장을 채워놓는다는 부자 친구네 집에 들르고, 영화에서나 봐왔던 한적하고 으스스 한 전원주택촌에서 식사를 대접받고 카드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단 일주일이었지만 처음 만난 그의 가족, 친구들 모두 나를 환영해줬고 오래된 차를 몰고 긴 거리를 가야 하는 우리를 응원해줬다. 

사람들은 내가 영어권 국가에 처음이라는 점, 그렇지만 영어를 사용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점에서 이상하리만큼 믿지 못했고, 우리가 캘리포니아로 떠나는 여정을 부러워하면서도 걱정해줬다. 특히 닉의 인생에서는 이 결정은 베이징에서 영화 공부를 하기로 결정했던 일보다 더 큰 사건이었고, 차는 무거웠고 수리가 완벽하게 되지 않아 주위의 그 누구도 우리가 제정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도 우리가 실패할 거라는 이야기는 아무도 하지 않았다. 

 

 

My American Dream with 1970 Big Bessy Episode 01

https://www.youtube.com/watch?v=azJVrvmOJ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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