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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의 글/영국생활

스코틀랜드, 재외국인에게 투표권 부여

by 헨젤과 그레텔 2020. 9. 23.

 

 

2020년 9월 9일 편지가 한 통 들어왔습니다.

"Do not ignore this letter"

이 편지를 무시하지 마시오! 

 

어마어마한 경고 메시지가 있는 이 편지. 근데 가만 보자... 그 아래 보니 이런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법적으로 당신은 이 편지에 답장(반응, 대답)을 해야합니다."

"스코틀랜드에 살고 있는 14세 이상의 모든 사람은 지금부터 투표 등록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야. 시민권 없으면 정치의 "정"자도 꺼내면 안 된다며. (특히 영국 정치 싸움은 한국 정치 뺨칩니다. 거의 모든 펍이 정치 이야기를 금기하고 있죠.) 뭐 내 얘기는 아니겠지. 

(또한 스코틀랜드는 2014년 분리독립투표 때부터 투표권을 만 16세 이상으로 넓혔습니다. 투표 등록은 14세 이상부터, 실질적 투표는 16세부터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래도 이상합니다. 모든 사람이라니? 그리고 지금부터라니. 

투표는 내 상관 아니니 같이 있던 아내에게 우편을 건네주며 여기 이상한 말이 적혀있다고, 이거 나도 이제 투표할 수 있는 거야? 

그랬더니 아내가 한 마디 합니다. 

 

그럴 리가. 근데 그런 이야기 같은데? 

 

 

 

 

그리고 웃으며 건네주는 이것. 

외국인도 투표를 할 수 있다니.

 

찬찬히 살펴보자면

외국인이되,

1. 14세 이상

2. 아일랜드인, 유럽연합인

3. 그 외 외국인(커먼웰스 혹은 제3 국)이라면 "영국을 떠날 필요 없는" leave to enter 혹은 leave to remain 비자를 소유할 것

4. 스코틀랜드 투표 혹은 지역 투표만 반영 (잉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와 함께 진행되는 영국 총선, 대선에는 투표권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슬슬 분리독립투표에 대한 찬성표를 벌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개인적으로 생각해봅니다. 잉글랜드가 오른쪽, 보수성향으로 굳어지고 있는 마당에 스코틀랜드 국민들도 그렇고 스코틀랜드에서 지내는 유럽인이나 외국인의 잉글랜드에 대한 분노는 설명할 필요가 없지요.

 

참고로, 

우리나라는 3년 이상 지낸 영주권을 가진 재외국인에게 투표권을 부여합니다. 그 이전에 정치에 참여하는 외국인은 추방을 하기도 합니다. 박근혜 탄핵 전 촛불집회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기자들의 카메라에 잡혀 추적당하고 추방당한 사례가 있었죠.

 

참고 2017년 동아일보

www.donga.com/news/Politics/article/all/20170110/82275703/1

 

 

[즈위슬랏의 한국 블로그]외국인이 촛불시위에 나간다면

 최근 서울 광화문 촛불시위에 참여한 외국인들을 보셨습니까. 플래카드나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등 정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외국인 말입니다. 적어도 몇 명은 보셨을 겁니다. …

www.donga.com

 

 

 

 아내가 바로 인터넷으로 투표 등록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온 우편.

 

 투표 등록이 완료됐습니다. 2020년 10월 1일부터, 이제 스코틀랜드 의회나 지자체 투표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름이나 주소가 변경된다면 저희에게 알려주세요.

 

 

 같은 장소에서 지내는 사람, 같은 세금을 내고 같은 혜택을 받으며 지내는 외국인을 정치적으로 차별하지 않는 국가에서 지내고 있다는 게 그 한 명의 외국인으로서 사회에 더 보탬이 되는 것 같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외로움도 덜어주고, 고맙고 그렇네요. 

 

 

+ 코로나바이러스

영국은 다시 봉쇄를 시작했습니다. 식당 펍은 열지만 10시 이후 영업을 중지시켰고, 다른 가족의 집에 방문하는 것이 금지됐습니다. 

아무쪼록 모두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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